합기유술(전통 합기도)은 어떤 사람이 수련하는가?

2021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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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나이가 들어도, 혹은 무술 경험이 없어도 합기유술을 배울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내 블로그의 첫 글은 그런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 쓰고자 한다.

내 스승인 고 김윤상 합기유술(합기도) 3대 도주님은 무술계의 특출난 명인이셨다. 합기유술 창시자 최용술 도주의 제자들 중 가장 높은 단을 받으셨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최용술 도주를 따라 합기의 경지에 이른 분이셨다.

내가 김윤상 도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미 도주님의 연세가 80에 육박하셨을 때였다.  당시 도주님은 나보다도 작은 키에 몸무게가 45kg 정도 밖에 나가지 않으셔서, 팔에 근육 한점 없이 뼈와 가죽만 있으셨다.

그런데 그런 작고 갸냘픈 노인의 몸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기운이 솓아 나와 제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곤 하셨다. 무술을 20년 이상 수련한 나도, 또 힘이 장사같은 다른 제자들도 도주님 앞에선 마치 거대한 파도를 만난 것처럼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체 도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실 김윤상 도주님이 이러한 실력을 갖게된 대에는 40세에 최용술 도주님을 찾아가 합기유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부터, 매일 아침 저녁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수련해온 도주님만의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윤상 도주님은 50대 후반 무술 최고의 경지인 합기의 경지를 깨우치신 뒤에도 87세의 나이로 돌아가실 때까지 조금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눈이 오는 날에도 심지어 태풍이 부는 날에도 항상 도장에 나오셔서 젊은 제자들의 손목을 붙잡고 운동하셨다. 도주님께서 돌아가시기 두달 전인 2021년 4월, 내가 도주님 병문안을 위해 한국에 잠시 귀국하였을 때에도 도주님은 그 아픈 몸으로 병상에서 일어나셔서 내게 손목을 붙잡게 하시고는 합기를 사용한 술기를 보여주셨다. 그 때의 그 감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스승님 밑에서 이렇게 깊은 무술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이 가끔 힘들어지고 지칠 때 마다 도주님이 보여주신 무도인의 정신을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수련에 임한다.

합기유술은 굉장한 무술이다. 나이가 들면 힘이 약해진다는 등의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관념을 깨고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수련한 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기유술 도장에 가면 어린이들이 어른을, 여자가 남자를, 그리고 노인이 젊은이를 제압하는 모습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최용술 도주님과 김윤상 도주님께서 이를 생애에 걸친 수련과 실력으로 몸소 증명하셨다. 따라서 당신이 나이나 무술 경험에 상관없이 합기유술 수련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합기유술은 나이가 어려도(9세 정도 부터), 또 나이가 많아도(80대에 시작하시는 분도 계시다.) 그리고 무술 초보자도 수련이 가능한 무술이다. 그리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보다도 운동 신경은 둔해도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더 잘하게 되는 무술이다.

하지만 당신이 합기유술이 수련하기 쉬운 무술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예” 그리고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다. 도장 분위기가 딱딱한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처음엔 아무리 살살한다고 해도 이리저리 꺾기고 던져지고 하다보면 몸 이곳 저곳이 아프고 삭신이 쑤시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도 짧게는 수개월에서 몇년만 지나면 다 사라지고 몸 자체가 강철처럼 변한다. 아무리 꺾여도 아프지 않고 던져지는거 자체가 재밌다. 또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살살 한다고 했는데 상대가 나를 붙잡고 파닥파닥 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부터는 수련 자체가 즐겁기만 하다. 실력도 부쩍부쩍 는다. 어떤 사람들은 입관 초반에 이러한 수련 방법을 참지 못하고 나가기도 하는데, 어쩌겠는가? 합기유술 도장은 무술을 가르치는 곳이지 레크레이션이나 스포츠를 지도하는 곳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무술을 통해 무엇이든 이루고자 한다면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도장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도장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의 성품과 마음가짐이 보인다. 어떤 이는 내가 흰띠를 매고 있으니 벌써 자세가 건방져진다. 자기는 태권도나 다른 무술의 검은띠라고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다. 어떤 이는 내 키를 보고 힘을 준다. 미국은 아무래도 근육과 덩치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나 보다. 주로 이런 식으로 진지하고 겸손한 마음없이 접근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언제 오겠다는 말만하고 다시는 도장을 방문하지 않거나, 입관하여도 지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한두번 바닥에 내동뎅이 쳐지면 자존심 상해 지가 먼저 그만둔다.

끈기도 없이 또 배우고자 하는 겸손함도 없이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또 다른 사람을 헤칠 수도 있는 ‘무술’이라는 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술 지도자인 내 입장에서는 절대 가르쳐서는 안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당신이 진지한 자세로 겸손함과 끈기를 가지고 좋은 사람들과 무술을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을, 나이나 무술 경력에 상관없이, 대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