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에 대해서
2023년 1월 22일
이번 글의 주제는 합기에 대한 것인데, 사실 합기를 말로 설명해서 이해 시킨다는 것은 나로서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왜냐면 사람은 통상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이해를 하기에,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을 이해시키려면 직접 몸과 머리로 납득 할 때까지 체험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합기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여기서 생략하고, 내가 스승님의 술기를 받으며 느낀 경험적인 부분에 대해 여러분에게 일부 공개하여 ‘합기’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무술에 관심이 있거나 실제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내가 김윤상 도주님의 합기를 처음 경험한 것은 용술관에서 2년 반 정도 수련을 이어가던 때였다. 그 전에는 도주님의 술기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도주님의 술기를 볼 때마다 그저 신기하고 굉장하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타협회(대한합기도협회) 소속의 합기도8단이시던 모관장님과 같이 수련 중이었는데, 도주님께서 오셔서 나보고 ‘칼넣기’라는 기술을 걸 테니 가슴 앞에 팔을 굽힌 체 힘줘 버텨 보라고 하셨다. 순간 나는 무술 수련을 그래도 20년 이상 한 건장한 나에게 80대의 노인이, 그것도 무슨 기술을 걸지 미리 예고를 한 상태에서, 해당 기술을 성공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진짜 있는 힘껏 한번 버텨 보기로 마음먹고 내 팔의 팔굽을 굽혀 가슴 앞에 바짝 붙인 체 잔뜩 힘을 주었다.(부연설명 : 칼넣기라는 기술을 성공시키려면 내가 굽힌 팔을 도주님이 일자로 곧게 펴야 됐다.)
그러자 도주님은 나에게 살며시 다가오셔서 본인의 양손바닥을 내 손등과 팔꿈치에 슬쩍 갖다 대시는데, 그 순간 그 양손바닥을 통해 도주님 몸에서 내 몸 속으로 뭔가 울렁울렁 하는 기운이 들어오는 거 같더니, 다음 순간에 나는 입에서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굽혀 쥔 내 팔을 서서히 펴고 있었다. 도주님은 말 그대로 힘도 전혀 쓰지 않으시고, 빠르게 움직이거나 또 나에게 통증을 유발하지도 않으며 내 팔을 곧게 슬슬 피더니 칼넣기라는 기술을 슬쩍 하신다(그 팔이 펴지는 수초의 시간 동안 내 다른 팔과 다리를 포함 어떠한 동작도 취할 수 없었는데, 내 육체와 정신이 100퍼센트 통제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와! 이게 진짜 합기란 말인가?’ 온 몸에 소름이 쭉 돋으며 입이 쩍 벌어진다. 내 다음은 옆에 있던 타협회 소속 관장님. 나보다 완력이 더 좋으신 그 관장님도 마찬가지, “으아악!” 외마디 비명 소리를 내며 굳게 굽힌 팔을 곱고 예쁘게 피더니 역시 같은 기술을 당한다.
이것은 실로 합기의 단편적인 예인데, 사실 도주님은 ‘합기’라는 기법을 매우 초보적인 기술에서 부터 고난이도 기술까지 다 적용하셨으며, 다양한 모든 상황에 합기를 적용시켜 나가셨다.
도주님의 기술을 받으며 느꼈던 부분에 대해 좀 더 기술하자면, 내가 먼저 도주님 몸에 접촉을 하든, 도주님께서 내 몸에 접촉을 하던지 상관없이, 접촉하는 순간 내 몸의 힘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사라져버렸으며, 어떨 때는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기도 하고(누가 나를 집어 던지는 개념이 아니라, 내 스스로 붕 떠버리는 느낌이다.), 또 어떨 때는 누가 나를 밑으로 끌어 내리는 것 처럼 땅으로 쑥 꺼지기도 하며, 또 어떨 때는 술기를 받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감정이 북받쳐 올라 “하하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다가 술기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기도 하며, 또 가장 신기했던 것은 어떨 때는 서 있는 체로 내 전신이 돌처럼 굳어 버리기도 했는데, 이 상태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기묘하여, 의식은 있으나 말을 할 수 없고, 숨을 쉴 수도 없으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런 불편해 보이는 상태이나 실로 내면은 매우 평화롭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여 그 상태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된다. 어릴 적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 무술 고수가 상대의 혈도를 몇 군데 짚어 상대를 돌처럼 선체로 굳혀버리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했는데, 도주님의 합기를 받아보며 실제로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 무술영화에 나오던 그런 장면들이 영화 감독이 자신의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장면들이 아니라, 예전에 실제 존재했던 무술가의 얘기를 전해 듣고 영화의 한 장면으로 삽입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가 과장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소 무술에서 만큼은 그렇다. 김윤상 도주님의 동영상을 찾아보면 앞에서 내가 설명한 장면들이 포함된 몇 몇 영상들을 볼 수 있는데, 스승님의 술기를 제자들이 과장되게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전부 진짜로 일어나는 몸과 정신의 작용이며, 대중에 공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도주님은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귀 같은, 상대에게 잡히면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신체 부위를 잡혀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공중에 붕 띄우셨는데, 이게 글로 쓴걸 보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 일반 상식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무기술에서도 화려한 연무를 선보이시는 경우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상대의 검과 도주님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상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도주님의 검에서 자신의 검을 떼지도 못한 체 그대로 베어지곤 했다.
이런 것들이 마냥 신기하고 흥미롭게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합기’를 사용한 합기유술이라는 무술이 얼마나 무서운 무술인지 알 수 있다. 그 옛날 무사들 중에 이런 고수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라. 상대방은 제대로 된 저항이나 발버둥도 치지 못한 체 눈앞에 다가오는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021년 6월 23일, 이렇게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시던 하늘 같던 도주님은 제자들에게 ‘합기’라는 두 글자로 짧지만 강력한 평생의 숙제를 남겨두고 우리 곁을 잠시 떠나셨다. 사람의 몸으로 나타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신 최용술 도주님과 김윤상 도주님. 김윤상 도주님의 합기를 경험한 나는 누구나 합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왜냐면 우리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또한 모두가 합기를 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합기를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수련법과 바른 마음가짐이 필수이며,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 실력은 도주님에 비하면 도주님의 발목 부근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내 제자들에게 똑같이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실력이 현재로서는 도저히 없다. 나는 내 수준에서의 합기를 하고 있으며, 합기를 수련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나는 언젠가 나도 내 스승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며, 합기유술의 원형과 그 깊이를 평생 수련하고 지켜 나가겠다고 한 스승님과의 약속을 매일 매일 지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